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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단상

 
논설위원 이공훈

지난 4월 29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개최한 한국학부모신문www.hakbumonews.com 창간식에 이은 세미나에서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동제도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전제조건으로 몇가지 우려를 표명하는 것을 보았다. 이를 정리하자면;

첫째, 학부모를 비롯한 우리사회가 대학과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을 존중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너무 강하게 요구해서는 안된다.

둘째, 대학은 신입생 선발에 있어 바른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를 지원자를 비롯한 관계당사자에게 잘 제시하여 준비하는데 혼선을 빚지 않게 하여야 한다.

셋째, 현실의 준비가 부족한 여건과 환경을 너무 무시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도입해 새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필자는 동 제도 도입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가지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1. 대학이 학부모들과 사회에다가 대학의 주관적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지금의 입학시험성적만큼 객관적으로 명쾌할 수는 없고 학부모들과 사회에 신뢰를 쌓아 놓지도 못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시험선발제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흔히 대학이 노력이 부족했거나 도덕적 해이가 있어왔다거나 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시험선발제도만큼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도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별도의 신뢰 쌓기 노력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에 입각해 본다면 시험선발하지 않고 입학사정관에 의해 선발하기로 한다면 초기에 약간의 잡음은 있겠지만 이내 대학이 신뢰를 쌓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대학에 시험선발제도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대학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 논리의 모순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대학을 믿지 못한다고 말하려면 대학을 미국식으로 시험선발하지 않게 한 후 그렇게 말해야 한다.

대학은 시험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될 경우,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설 땅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대학신입생을 시험선발방식에서 선발전문가에 의한 선발방식으로 전환하는데 대해 동의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대학이 신뢰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여기서 미국식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대학입학사정관제는 미국식제도이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제도이다. 세계에 대학은 많지만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시험선발제도를 운용하지 않는다. 이때의 시험선발제도란 점수 1점차로 당락을 결정하는 그런 시험제도를 운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등학교에서의 시험성적이나 국가에서 보는 아비투어나 바깔로레아 같은 국가시험 그리고 미국의 민간기구에서 실시하는 수학능력시험을 대학이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대학입학 전과정을 두고 볼 때 시험선발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눈을 돌려 세계를 바라볼 때 시험선발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와 대만과 중국 같은 동양의 몇몇나라에만 있는 예외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는 시험선발제도를 운용하지 않는게 대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대학입학사정관제는 미국 유일의 대학입학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이 미국만의 유일한 대학입학제도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온데는 미국식 특수 사정이 있다. 그것은 미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연방국가의 권력을 최대한으로 억제해야 한다는데 사회적 합의가 있었고 그건 고등교육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대학의 운영을 민간이 해야 하고 국가의 개입을 극력 막았다고 하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미국이 연방국가의 권력을 제한하겠다고 한 것은 국가권력의 과잉으로부터 탈출해 대서양을 건넌 사실 하나만 지적하면 되고, 조금 부족하다면 연방탈퇴에 의한 남북전쟁까지 치렀다는 역사적 사실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본다.

미국의 대학입학 사정관제를 미국이 아닌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그제도의 장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나라들은 오늘날에도 국가권력의 과잉 속에 허덕이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나라들은 아마도 결코 대학입학 사정관제를 도입하지 못하리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는데 유럽은 물론 동양의 어떤 나라보다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로 정치제도가 미국식이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몇 안되는 나라중의 하나이면서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경제적 성공도 거둔 나라이다. 또 종교적으로도 기독교가 널리 보급되어 그에 기초한 미국식 사회제도가 거부감 없이 도입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 될 수는 없지만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 그리고 최근세의 역사적 배경과 근대교육의 도입과 성장사에서 볼 때 미국이 운용하고 있는 대학제도와 대학입학 사정관제 도입에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2. 대학입학사정관제 이해에 또 다른 필수요소중 하나는 대학이 중등학교에 인재상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이 바람직한 인재상을 제시해 중등교육이 그런 인재를 공급해주기를 바란다. 예컨대 지도력이 있는 인재라든가 남을 배려할 줄 하는 사람 또 토론을 잘하는 사람을 키워달라고 주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국식 대학입학사정관제는 이처럼 바람직한 인재상을 제시하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런 인재상의 제시는 중등교육을 침해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그런 제시는 중등교육이 잘 알아서 하는 교육을 무시하는게 아니겠는가. 중등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대학의 생각을 전달할 수단은 많다. 대학이 선택한 학생들을 보면 중등학교는 대학의 뜻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충분하지 특별히 지도력이 있는 인재상이라고 공허한 기준을 내세울 일이 무엇이 있을 것인가. 사람은 참으로 그 내면이 무궁무진한 존재로서 사전적事前的으로 어떤 기준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아무런 기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기준을 중등학교에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대학내에 전문가그룹이 인재상에 대해 아무런 기준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

중등교육은 그 나름대로 고귀한 교육목적이 있다. 대학은 어떤 경우에도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도 존중받을 수 있다. 중등교육이 최선을 다해 그의 교육목적을 이루기를 대학은 바라며 학교생활기록부와 에세이는 그런 중등교육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다. 중등교육이 스스로 설정한 교육목적에 충실하지 않고 대학이 요구하는 지침을 기다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중등교육의 고유영역에 대한 존중을 이해 못하는 나라이고 대학의 입학방식변경에 따라 학교와 교실이 춤을 춘다.

만일에 중등교육 담당자들이 여럿이 모여 미국대학이 선호하는 대학신입생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너무도 다양한 인간의 모습에 아마도 놀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인재상을 어떻게 분류하고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중등교육을 그자체로 존중해줄 일이다.

3. 대학입학사정관제 도입의 여건과 환경이란 중등교육현장과 고등교육현장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실시해오지 않던 제도이고 기존의 대학입학제도가 시험선발제도로서 너무 깊이 뿌리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모습이 미국식 모델을 지향하고 있고 또 미국식 대학제도가 세계학문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동안의 대학입학시험선발제도가 중등교육을 그 본령에서 벗어나게 했음도 사실이고 대학교육의 낙후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대학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중등교육의 여건과 환경은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적응이면 된다고 본다. 오히려 대학의 여건과 환경이 장애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는 바이다. 그 장애란 대학이 모두 동일한 법적 성격을 갖지 않는데서 오는 차별 때문이다. 대학은 법과 제도 앞에 동일하여야 하고 그것은 대학이 모두 국립이거나 사립이어야 한다. 국립과 사립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국가기관이 민간기관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학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민간기구일 때 비로소 작동하는 기제이다. 대학이 국가기관이고 국가의 사무를 위임 받게 되면 대학의 주관적인 판단을 국민이 동의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선택받은 자에게 고등교육이수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차별이 발생하게 되는데 어떻게 납세자로서의 국민이 동의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국가의 돈으로 운용하는 나라는 대학의 자주권도 인정하지 않으며 입학사정관의 주관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학입학사정관제는 고등교육을 사립일원화한 가운데 대학을 시장가운데 두고 선발전문가의 자의성을 존중하면서 발전해온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의 성공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경합이라는 이원적 요소를 제거하고 사립일원화를 해야만 한다.

끝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대학입학 사정관제도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대학제도에 우리가 동의해야 하고, 인재상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고 중등교육을 그자체로 존중해주어야 하며 대학사회가 일원화해 국가로부터 벗어날 때에만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바이다.









2009-05-06 14:52:2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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