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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나라

 
정영휘 / 논설위원

태국 북부 지역에 있는 치앙마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서 잠시 체류 중이던 한국인이 커피점에서 지갑을 떨어뜨렸다. 지갑에는 중요한 것이 들어있어 몹시 초조한 가운데 그 곳을 찾아갔다. 상점에서는 그 물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가 본인임을 확인한 후 돌려주었다. 이 분은 지갑의 가치 보다 이 나라와 이 지방 사람들이 갑자기 좋아졌다며,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체류할 계획이었으나 앞으로 더 머물고 싶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어떤 교민이 손가방을 잃었는데 그 물건을 주은 사람이 집에까지 그 것을 들고 찾아왔더라는 것이다. 가방 안에 든 수첩에 적힌 주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하면서. 또 한 번은 차를 가지고 시내에 나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잊어 먹어 지나가는 차를 세워 물어 보았더니, 그 차가 앞장을 서서 숙소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고 한다. 그 차가 되돌아가는 방향을 보니 정 반대의 길로 한 참 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그 분은 노후를 그 곳에서 10년 간 잘 지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 가지 언짢았던 일은 그 나라의 생활상과 이주생활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주 뉴질랜드 한국영사관에 알아보았더니, 너무 불친절하고 알려주는 내용이 부실하더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뉴질랜드 당국에 직접 문의를 한 결과 친절한 대답은 물론 얼마 후 등기로 각종 자료까지 보내왔다고 한다. 이 나라를 아는 데, 그리고 외국인이 그곳에 가서 사는데 필요한 온갖 정보가 망라 되어있어 장기 체류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고 하는 예기를 들으며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살기 좋은 나라는 국민소득만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는 지금 200개가 넘는 많은 나라가 있다. 그 가운데는 전쟁과 소요로 인간의 목숨이 파리 목숨 처럼 죽어가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폭탄테러로 죄 없는 무고한 불특정다수의 생명을 앗아가는 국가 ·집단도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국가내부의 권력다툼, 국가 간의 영토 분쟁, 종교적 갈등, 인종 분쟁 등 많은 갈등과 싸움이 쉴 새 없이 지구촌을 허물고 있다. 고대 부족국가의 살육전이나 근대 국민국가의 점령 전쟁과 형식은 다르지만 파괴와 살상, 지배와 포악 행위는 달라진 게 없다. 문화가 어떻고 인권이 어떻고 좋은 말로 떠들어대고 있으나,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는 점은 똑 같다.
이는 순전히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인재人災이지만, 자연의 재해로 인한 고통 또한 날로 늘어나고 있다. 가뭄이 들어 곡식이 자라지 않고, 물이 말라 하루 삼십 리 길을 걸어 물을 길러 오는 나라도 있다.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에게 젖 한 모금 물려 보지 못한 어미는 시체가 되어있다. 이런 곳에서는 하루의 삶이 보장 되지 못 한 채 삶 자체가 저주요 고통일 뿐이다.

자연재해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날로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의 지진과 쓰나미, 미국의 허리케인, 일본의 대지진, 아일랜드의 화산 폭발 등 수십만, 수백만의 생명을 제물로 바치게 하는 끔직한 사태가 지축을 흔들고 있다. 이 자연재해 역시 인재라고 해야 옳다. 개발 명목으로 파헤친 지구의 허파에 구멍이 뚫리고, 한 발작도 걷기 싫어하는 문명인의 게으름 탓이다. 그 결과가 지구의 온난화, 오종 층의 파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5000년이라는 인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인간 생존의 문제를 배울 만큼 배웠다. 땅따먹기 싸움도 해봤고, 인종 말살 현장도 겪었고, 강육약식의 식민지배도 경험했고,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전쟁도 치렀다. 21세기에 이르러 얻은 귀한 결론은 ‘공동체 자유주의’에 입각해 서로 돕고 사는 윈윈 방법 밖에 없다는 점이다. IT에 바탕을 둔 SNS시대를 살면서 세상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도적놈 심보로는 더 이산 지구인으로, 지구상의 국가로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쳐야 한다.



2012-01-02 09:24: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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